재산분할 협의에서 가장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곳은 부동산이 아닙니다.
비상장주식 재산분할은 평가방법(DCF법·보충적평가방법) 선택이 판세를 결정하며,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의 재판부 시각이 결정적입니다.
물론 아파트, 상가, 토지가 테이블 위에 올라옵니다. 하지만 수십억, 수백억의 차이가 결정되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회사 주식, 그것도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비상장주식. 여기서 승패가 결정됩니다.
서울가정법원 판사 시절, 저는 이런 사건을 수없이 심리했습니다. 유명 재벌가와 대기업 오너 일가의 사건에서도, 협의 과정에서 가장 오래 싸운 건 결국 주식 평가 문제였습니다. 재판부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판단이었습니다. 시장가격이 없는 자산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어느 범위까지 분할 대상으로 볼 것인가. 답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다툼이 길어지고, 다툼이 길어질수록 액수의 차이는 커집니다.
비상장주식, 왜 재산분할의 핵심 쟁점이 되는가
민법 제839조의2는 이혼 시 재산분할청구권을 규정합니다. “혼인 중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 분할 대상입니다. 원칙적으로 혼인 전부터 보유했거나 상속·증여로 받은 재산은 특유재산으로서 분할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런데 비상장주식은 이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너 일가라면 창업 초기부터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혼인 당시 그 지분 가치가 수억 원이었다 해도, 20년의 혼인 기간 동안 수천억 원으로 성장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법원은 혼인 전 취득분(특유재산)과 혼인 중 증가분을 구분해서 봅니다. 그 증가 과정에서 배우자의 기여가 인정되는 순간, 증가분은 분할 대상이 됩니다.
“나는 회사 경영에 관여한 적 없다”는 상대방 배우자의 주장이 항상 통하지는 않습니다.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며 경영자가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 자체가 기여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이 부분을 단순히 감성적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혼인 기간의 길이, 배우자의 역할 범위, 실질적 생활 기여도를 냉정하게 따집니다.
평가 방법론이 판세를 결정한다
비상장주식에는 시장가격이 없습니다.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액수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수십억 차이가 아닙니다. 수백억, 경우에 따라서는 수천억 원의 차이가 납니다.
| 보충적 평가방법 (상증세법 제63조 + 시행령 제54조) |
현금흐름할인법(DCF법) | |
|---|---|---|
| 산출 기준 | 순자산가치 + 순손익가치 가중평균 |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 |
| 설계 목적 | 과세 목적 — 납세자 예측가능성 보장 | 기업가치 평가 — 미래 수익력 반영 |
| 장점 | 객관성 높음, 검증 용이 | 성장성·브랜드 가치 반영 가능 |
| 한계 | 미래 성장가치·프리미엄 미반영 | 평가자 주관 개입 여지 |
| 선호 주체 | 오너 측 (낮은 평가 유리) | 배우자 측 (높은 평가 유리) |
| 법원 태도 | 이혼 재산분할에 반드시 적용 해야 하는 건 아님 |
✓ 회사 특성에 따라 채택 가능 (법원 재량) |
그래서 양측의 전략이 엇갈립니다. 더 높은 평가를 원하는 쪽은 별도의 감정평가를 신청합니다. 낮은 평가를 유지하려는 쪽은 보충적 평가방법을 고수하며 감정 필요성이 없다고 다툽니다. 어느 쪽의 논리가 재판부를 설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결정됩니다.
전략적 포인트
평가기준시점도 중요합니다. 법원은 원칙적으로 혼인 파탄일(별거일 등)을 기준으로 분할 대상 재산의 범위(대상)를 확정하고, 그 재산의 가액(가치)은 이혼소송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혼인 파탄 이후 일방의 노력으로 증가한 가치나 새로 취득한 주식은 분할 범위에서 제외되므로, 오너 사건에서는 파탄일 이후 지분 변동·가치 상승이 핵심 쟁점이 됩니다. 소송 진행 중 회사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면, 상대방 측은 소송을 최대한 끌어야 유리합니다. 반대라면 빨리 마무리하는 게 낫습니다. 소송 전략과 평가 전략이 맞물려 돌아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혼인 전 취득분과 혼인 중 증가분,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가
실무에서 가장 길고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부분입니다.
혼인 전 10억 원이던 지분이 20년의 혼인 기간 동안 1,000억 원으로 성장했다고 가정합니다. 배우자는 이 기간 동안 세 아이를 키우며 가정을 전적으로 책임졌습니다. 990억 원의 증가분 중 얼마가 분할 대상이 됩니까.
법원은 혼인 전 가져온 원래 지분 가치와 혼인 기간 중의 증가분을 분리한 뒤, 증가분 중 배우자의 기여로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을 산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다음 자료들이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재판부가 살펴보는 핵심 자료
- 주식 취득 시점과 당시 취득 경위 — 부친 증여인지, 자수성가인지
- 회사 설립 시기와 혼인과의 시간적 관계
- 혼인 기간 중 회사 재무제표·세무신고서 (연도별 성장 추이)
- 배우자의 실질적 생활 기여 입증 자료 (육아·가사의 구체적 역할)
- 경영자의 독자적 경영 기여를 보여주는 자료 (이사회 의사록, 경영 결정 기록)
어느 쪽이 더 정교하게 준비했느냐가 결론을 만듭니다.
법원이 비상장주식을 어떻게 보는가 — 실제 이혼 사건에서 확인된 원칙
서울고등법원 2020르22919 이혼 등 청구의 소
2021. 10. 21. 판결
이 사건의 피고(남편)는 부친이 1986년 설립한 제조업체 주식을 혼인 전인 2007년경 부친으로부터 취득했습니다. 2010년 혼인신고 후 약 8년 7개월의 혼인생활 끝에 이혼소송에 이르렀고, 분할대상 재산 가운데 가액이 가장 큰 재산이 비상장주식이었습니다.
재산분할 비율보다 더 치열하게 다투어진 것은 평가방법이었습니다.
| 제1심 감정 (DCF법) | 항소심 감정 (보충적 평가방법) | |
|---|---|---|
| 1주당 평가액 | 202,243원 | 146,191원 (순자산가치 182,739원 × 0.8) |
| 1주당 차이 | 56,052원 — 주식 수에 따라 총액 차이 수십억 원 | |
| 법원 채택 | ✓ DCF법 채택 | 기각 |
피고는 재산분할의 청산적 성격, 회사의 업종 특성을 이유로 보충적 평가방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비상장주식의 거래에서 회사의 객관적 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정상적인 거래 실례가 없으면, 시장가치방식, 순자산가치방식, 수익가치방식 등 여러 가지 평가방법을 활용하되, 회사의 상황이나 업종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비상장주식의 가액을 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3다69638 판결, 대법원 2018. 12. 17.자 2016마272 결정 (판결문 인용)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비상장주식 평가방법은 납세자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에서 반드시 그 평가방법만을 채택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서울고등법원 2020르22919 판결 (2021. 10. 21.)
왜 DCF법이 적합했는가. 재판부는 첫째 회사가 산업용 베어링·해양설비·건설 중장비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로서 DCF법이 부적합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둘째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 수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추세라는 점, 셋째 자회사 지분법손익이 개별재무제표에 이미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종합했습니다.
“어느 감정 결과를 채택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전권에 속한다.”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6다32582 판결 (판결문 인용)
현물분할 문제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피고는 주식을 지분 그대로 나누는 방식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비상장회사로서 거래에 상당한 제약이 있어 향후 원고의 처분이나 현금화가 곤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고등법원 2020르22919 판결 — 현물분할 거부 이유
소수지분을 현물로 받아도 제값을 받고 팔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 결론은 현금 정산이었습니다. 이 판례가 주는 시사점은 명확합니다. 오너 측은 낮은 평가를 위해 보충적 평가방법을 주장하고, 상대방은 DCF법이나 별도 감정을 통해 높은 가치를 입증하려 합니다. 어느 방법론이 해당 회사의 특성에 더 적합한지를 구체적인 재무 수치로 설득해야 합니다. 이의 제기의 질이 결론을 바꿉니다.
재판부는 이렇게 봅니다 — 준비하지 않으면 잃는 것들
판사로서 이 유형의 사건을 심리했을 때, 재판부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는 자료는 따로 있습니다.
감정평가의 신뢰성
일방이 신청한 감정보다, 법원 감정인이 독립적으로 수행한 감정 결과에 더 큰 비중을 둡니다. 다만 그 감정 방법론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가 있다면, 재판부도 감정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습니다. 이의 제기의 질이 중요합니다.
회사 장부의 일관성
세무신고서, 재무제표, 주주명부가 서로 정합적이지 않으면 재판부는 의심합니다. 특히 이혼 직전 자본 감소나 주식 이전이 있었다면, 이는 사해행위 내지 은닉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기여도 입증의 구체성
“20년간 가정을 돌봤다”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 어느 시기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배우자 없이는 경영자가 할 수 없었던 부분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선제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재판 과정에서 이 자료들을 뒤늦게 모으려 해도 이미 상대방이 재산 짜임새를 정리해 놓은 뒤입니다. 고액 사건일수록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법무법인 존재
비상장주식이 포함된 재산분할,
처음부터 체계가 달라야 합니다.
법무·세무·재무 전담팀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입니다. 소송 전략과 자산 분석이 처음부터 함께 설계됩니다. 재산 짜임새가 복잡할수록, 상대방이 움직이기 전에 먼저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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