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상도례 폐지 이후, 가족 간 형사고소 실무 가이드 — 고소 요건·증거·절차 정리

가족이 내 재산을 빼돌렸는데, 형사처벌이 안 된다. 오랫동안 이것이 한국 법의 현실이었습니다. 형법 제328조 제1항, 이른바 ‘친족상도례’가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 간의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했기 때문입니다. 횡령 금액이 수십억 원이든, 피해자가 아무리 억울하든,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없었습니다.

2024년 6월 27일, 헌법재판소가 이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어 2025년 12월 30일 국회가 형법을 개정하여 형 면제 규정을 폐지했습니다. 이제 가족 간 재산범죄도 피해자가 고소하면 수사와 처벌이 가능합니다.

이 글에서는 친족상도례 폐지의 내용과, 가족 간 형사고소의 실무 절차를 정리합니다.

01. 친족상도례란 무엇이었나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는 가족 간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거나 친고죄로 취급하는 형법상 특례였습니다.

▸ 1. 기존 이원 구조

구분대상 친족효과
근친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형 면제 (필요적)
원친그 외 친족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친고죄 (고소 있어야 공소 제기)
💡 한 줄 답변
피해자가 범인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 고소(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해야 합니다. 친족 관계 입증서류(가족관계증명서·주민등록등본), 횡령·사기 증거(통장 거래내역·문서 위조 정황), 피해 금액 산정이 핵심 준비물입니다.

▸ 2. 적용 대상 범죄

친족상도례는 절도, 사기, 횡령, 배임, 공갈, 장물 등 거의 모든 재산범죄에 준용되었습니다(형법 제344조, 제354조, 제361조, 제365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상 50억 원 이상 횡령이라 해도, 친족 관계가 확인되면 형이 면제되는 결과가 발생했습니다.

실무에서는 수사기관이 가족 간 재산 문제 고소 시 친족관계를 확인한 뒤 “처벌이 어렵다”며 수사를 종결하는 관행이 이어져, 피해자는 아예 고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족 간 재산 분쟁의 전체 구조 — 민사와 형사를 아우르는 대응 전략 — 은 가족에게 재산을 빼앗겼을 때 — 법적 대응 실무 가이드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02. 헌법불합치 결정 — 무엇이 바뀌었나

2024년 6월 27일,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328조 제1항(근친 간 형 면제)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 1. 위헌 판단의 핵심 근거

  • 재판절차진술권 침해(헌법 제27조 제5항): 일률적 형 면제로 형사피해자가 재판을 받을 기회 자체가 박탈됨
  • 과도한 적용 범위: 실질적 유대나 동거 여부를 불문하고 광범위한 친족에게 적용
  • 중범죄 면책의 불합리: 특경법상 50억 원 이상 횡령도 가족이면 형 면제
  • 취약계층 보호 부재: 판단능력이 부족한 고령자, 장애인 등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사실상 용인

결정 선고일(2024. 6. 27.)부터 형 면제 규정은 즉시 적용이 중지되었고, 국회에 2025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 의무가 부과되었습니다.


03. 2025년 형법 개정의 핵심 내용

2025년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형법 개정안이 재석 228명 중 찬성 227명으로 가결되었습니다.

항목기존개정
근친 간 재산범죄형 면제 (필요적)폐지 → 친고죄로 전환
원친 간 재산범죄친고죄친고죄 유지
직계존속 고소불가 (형사소송법)가능 (특례 규정 신설)
장물범죄 감면필요적 감면임의적 감면

▸ 1. 핵심 변화 — 친고죄로 일원화

개정의 가장 큰 변화는 형 면제가 사라지고 모든 친족 간 재산범죄가 친고죄로 통합된 것입니다. 피해자가 고소하면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고소하지 않으면 개입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가족 관계의 특수성은 존중하되, 피해자의 처벌 의지가 있을 때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 2.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가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형사소송법상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할 수 없었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횡령해도 자녀가 형사고소를 할 수 없었다는 뜻입니다. 이번 개정으로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 특례가 마련되어 이 제한이 해소되었습니다.

▸ 3. 경과 규정 — 소급 적용과 고소 기한

헌법불합치 결정일(2024. 6. 27.) 이후 발생한 범죄부터 소급 적용됩니다. 헌재 결정 이후부터 법 개정 전까지 발생한 ‘경과 사건’에 대해서는 법 시행일(2025. 12. 31.)로부터 6개월 이내, 즉 2026년 6월 30일까지 고소할 수 있는 특례가 있습니다.


04. 가족 간 형사고소 — 실무 절차

친족상도례 폐지 이후, 가족 간 재산범죄에 대한 형사고소 절차는 일반 형사고소와 동일합니다. 다만 친고죄이므로 피해자의 고소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 1. 고소 가능한 범죄 유형

  • 횡령: 부모가 자녀 명의 재산을 임의로 사용, 형제가 공동재산을 독점
  • 배임: 가업 운영 중 개인 용도로 법인 자금 유용
  • 사기: 투자를 빙자하여 가족에게 금원을 편취
  • 절도: 가족의 현금, 귀금속, 유가증권 등을 몰래 가져감
  • 공갈: 가족 관계를 이용하여 협박으로 재산을 교부받음

▸ 2. 고소 절차

  1. 증거 확보: 금융거래내역, 문서, 녹취, 회계자료 등 (아래 섹션 상세)
  2. 고소장 작성: 피해 사실, 피고소인과의 관계, 범행 경위, 증거 목록 기재
  3. 관할 경찰서 또는 검찰청 제출: 피고소인 주소지 또는 범행지 관할
  4. 수사 진행: 참고인 조사, 증거 수집, 피고소인 조사
  5. 검찰 송치 및 기소 결정

친고죄 주의사항: 고소 기간은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입니다. 또한 고소를 취소하면 동일 사건으로 재고소할 수 없으므로(형사소송법 제232조), 합의 결렬 가능성까지 고려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05. 증거 수집 — 어떤 자료를 확보해야 하나

가족 간 재산범죄는 가족이라는 신뢰 관계 안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계약서나 영수증 없이 금전이 오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만큼 증거 확보가 사건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증거 유형확보 방법
금융거래내역서본인 명의 계좌는 은행에서 직접 발급, 상대방 계좌는 수사기관을 통한 금융조회
문자·카톡·이메일금전 수수 관련 대화 캡처 (원본 보존 필수)
녹취본인이 대화 당사자인 경우 합법 (몰래 녹음도 가능)
회계 자료법인 결산서, 세무신고자료, 매출·매입 장부
부동산 등기부명의이전 내역, 근저당 설정 등 확인
증인 진술제3자의 목격 진술, 진술서 확보

특히 가족 간 거래는 “빌려준 것이다”, “합의 하에 사용한 것이다”라는 항변이 나오기 쉽습니다. 이를 반박하기 위해 금원의 이동 경위, 사용처, 반환 약속 유무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06. 민사와 형사 병행 전략

가족 간 재산범죄에서는 형사고소만으로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민사소송(손해배상 청구, 부당이득반환 청구)을 병행하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전략입니다.

▸ 1. 병행 전략의 실익

  • 형사 → 민사 시너지: 형사사건의 유죄 판결은 민사소송에서 강력한 증거로 활용
  • 재산 보전: 민사에서 가압류·가처분을 통해 상대방의 재산 산일(散逸)을 방지
  • 합의 압력: 형사처벌 가능성이 합의를 이끌어내는 실질적 동력
  • 공소시효 vs 민사시효: 횡령·배임의 공소시효(단순 횡령·배임 5년, 업무상 횡령·배임 7년, 특경법 적용 시 10년 이상)와 민사 불법행위 시효(3년)가 다르므로 병행 시 시효 관리가 중요

다만 친고죄이므로, 합의 후 고소를 취소하면 형사절차가 종료됩니다. 민사소송은 고소 취소와 무관하게 계속 진행할 수 있습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FAQ)

Q. 2024년 6월 27일 이전에 발생한 가족 횡령도 고소할 수 있나요?

헌법불합치 결정일(2024. 6. 27.) 이전에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기존 친족상도례가 적용됩니다. 다만 범행이 계속 진행 중인 경우(계속범), 결정일 이후까지 이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새로운 법률이 적용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른 법률 검토가 필요합니다.

Q. 고소하면 합의를 못 하게 되나요?

아닙니다. 친고죄이므로 고소 후에도 합의가 가능합니다. 합의가 이루어지면 고소를 취소하여 형사절차를 종료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번 고소를 취소하면 동일 사건으로 재고소할 수 없으므로, 합의 조건(특히 금액과 이행 시기)을 확실히 한 후에 취소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부모가 관리하던 내 통장에서 돈을 빼갔는데, 횡령인가요?

본인 명의 계좌에 예치된 금원을 부모가 권한 없이 인출·사용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관리를 위임받았다”, “생활비로 사용했다” 등의 항변이 나올 수 있으므로, 위임의 범위, 사용처, 금액의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번 형법 개정으로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도 가능해졌습니다.


본 콘텐츠는 법무법인 존재 노종언 대표변호사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노종언 변호사는 박수홍 횡령 피해 사건의 법률대리인으로서 친족상도례 폐지에 기여하였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적 판단은 반드시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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