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권 가족분쟁 대백과 · PART 2 · 가족 간 돈거래
가족 간 송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보낸 사실이 아니라, 받은 사람이 같은 금액을 반환하기로 했는가이다.
부모가 자녀의 결혼비용, 전세보증금이나 주택구입자금을 지원하는 일은 흔하다. 돈을 보낼 당시에는 ‘우리 아이가 안정적으로 살게 해주자’는 마음이 앞서고, 이자·기한·담보를 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자녀가 이혼하거나 부모가 사망하거나 형제 사이의 상속갈등이 시작되면 같은 돈을 두고 전혀 다른 이름이 등장한다.
부모는 ‘빌려준 돈’이라고 하고, 자녀는 ‘결혼할 때 받은 증여’라고 한다.
송금과 대여는 같은 사실이 아니다
계좌이체 내역은 돈이 이동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금전대여가 성립하려면 받은 사람이 같은 종류와 수량의 돈을 반환하기로 한 약정이 있어야 한다. 차용증이 없더라도 구두 약정으로 대여가 성립할 수 있지만, 분쟁이 되면 그 약정을 주장하는 사람이 증거로 설명해야 한다.
가족이라는 특성 때문에 일반 상거래에서 당연한 자료가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자가 없고 반환일도 정하지 않았으며, 수년 동안 한 번도 변제를 요구하지 않았다면 증여라는 해석이 강해질 수 있다. 반대로 매월 일정액을 상환했고, 송금 전부터 ‘나중에 집을 팔면 갚겠다’는 대화가 있으며, 부모가 다른 자녀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대여했다면 대여의 신빙성이 높아질 수 있다.
| 확인사항 | 대여에 가까운 사정 | 증여에 가까운 사정 |
|---|---|---|
| 반환 약정 | 원금 반환을 구체적으로 합의 | 반환 이야기가 없음 |
| 기한 | 매각·취업·특정 날짜 등 기준 존재 | 기한이 전혀 없음 |
| 이자·상환 | 이자 또는 일부 원금 지급 | 장기간 아무 지급 없음 |
| 부모의 행동 | 반환 요구·채권 관리 | 다른 자녀에게 ‘준 돈’이라고 설명 |
| 세무·문서 | 차용증·이자소득·채권 목록 | 증여세 신고 또는 증여 취지 문서 |
| 자녀의 인식 | 채무로 기재·상환계획 설명 | 자기 재산으로 처분하고 채무 인식 없음 |
결혼자금이라는 목적만으로 증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돈의 사용 목적과 법적 성격은 다르다. 결혼·주택 마련을 위해 보낸 돈이라도 반환하기로 했다면 대여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차용증이라는 제목의 문서가 있어도 실제로 갚을 의사가 없고 부모도 받을 생각이 없었다면 형식만 대여인 증여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배우자의 부모가 제공한 돈은 이혼 재산분할에서 민감하다. 한쪽은 부부 공동생활을 위해 부모에게 빌린 채무라고 주장하고, 다른 쪽은 배우자에게 증여된 특유재산 또는 부부에게 무상 지원된 돈이라고 주장한다. 이때 돈이 어느 계좌로 들어왔고, 부동산 명의가 누구이며, 부모가 누구에게 반환을 요구했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이혼과 상속에서 쟁점이 달라진다
이혼에서는 이 돈을 부부 공동채무로 공제할지, 특정 배우자의 특유재산 형성에 기여한 자금으로 볼지가 중요하다. 상속에서는 특정 자녀가 부모에게서 받은 특별수익인지, 부모가 자녀에게 가진 대여금채권이 상속재산인지가 문제 된다. 같은 송금이 사건의 맥락에 따라 적극재산, 채권, 채무 또는 특별수익으로 나타날 수 있다.
- 송금 전후의 전체 대화를 보존한다.
- 일부 상환액이 있다면 날짜·금액·계좌를 한 표로 정리한다.
- 부모가 다른 가족에게 돈의 성격을 어떻게 설명했는지 확인한다.
- 부모의 재산목록·상속세 신고·세무처리를 대조한다.
- 이혼이 시작된 뒤 새로 작성한 문서라면 과거 자료와 일치하는지 검증한다.
복합사례|전세보증금 2억 원의 세 가지 주장
부모가 결혼한 자녀의 전세보증금으로 2억 원을 집주인에게 직접 보냈다고 가정해 보자. 송금 당시 가족들은 “나중에 형편되면 갚아라” 정도만 말했고 차용증은 없었다. 몇 년 동안 상환은 없었지만 자녀는 부모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부담했다. 이혼이 시작되자 자녀는 증여라고 주장하고, 부모는 대여라고 주장하며, 배우자는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할 채무가 아니라고 다툰다.
같은 2억 원이라도 부모·자녀 사이에서는 반환약정이 있었는지가 핵심이고, 이혼에서는 그 채무가 실제 존재하는지와 공동재산 형성에 사용됐는지가 추가 쟁점이 된다. 상속이 시작되면 다른 형제들은 생전증여인 특별수익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한 번의 송금이 세 절차에서 서로 다른 질문을 받는 이유다.
증거의 무게를 순서대로 정한다
가장 강한 자료는 송금 당시 작성된 문서와 대화, 정해진 기한에 따른 실제 상환이다. 그다음은 이후의 일관된 행동이다. 부모가 여러 차례 원금과 이자를 요구했는지, 자녀가 채무라고 인정했는지, 가족의 다른 자녀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돈을 제공했는지가 중요하다. 분쟁이 시작된 뒤 작성된 확인서는 과거 자료와 일치할 때 보조증거가 될 수 있지만, 과거와 충돌하면 오히려 불리하다.
부모의 경제력과 전체 재산규모도 맥락을 제공한다. 자산이 충분한 부모가 모든 자녀에게 비슷한 주택자금을 제공했다면 증여 가능성이 커질 수 있고, 노후자금 대부분을 특정 자녀에게 보내면서 정기 상환을 요구했다면 대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재산규모만으로 법률관계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반대 주장에 대비한 체크
- 송금 당시 “갚는다” 또는 “준다”는 표현이 실제로 있었는가.
- 부모가 받은 상환금으로 볼 수 있는 거래가 생활비·용돈과 구분되는가.
- 이혼 전까지 채무가 재산목록·세무자료·가족 대화에 나타났는가.
- 다른 형제에게 준 돈과 비교했을 때 동일한 원칙이 적용됐는가.
기록 메모
- 송금일 당시의 가족 사정과 목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 반환기한·이자·분할상환에 관한 대화를 원본으로 확보한다.
- 이혼·상속에서 주장할 법률관계가 서로 모순되지 않는지 확인한다.
노종언 변호사의 실무 포인트
노종언 변호사 ▸ 가족 송금 사건에서 ‘차용증이 있느냐’는 중요한 질문이지만 최종 질문은 아니다. 문서, 계좌, 행동과 가족 전체의 재산처리 방식이 일관되는지를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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