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분할 협의가 끝난 뒤,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의 채권자로부터 “협의를 취소하겠다”는 통보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충분히 논의하고 서명한 협의서인데도 채권자가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이유는, 상속재산분할 협의가 민법 제406조의 채권자취소권(사해행위취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있습니다. 대법원 2000다51797 판결에 따라 상속재산분할 협의도 민법 제406조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며, 한 상속인이 법정상속분보다 현저히 적게 가져간 경우 채권자가 취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2001년 대법원은 “상속재산분할 협의도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는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 이후 실무에서는 1) 공동상속인 한 명이 법정상속분보다 현저히 적게 받은 경우(과소분할), 2) 협의서에 자기 상속분을 전부 다른 상속인에게 넘기겠다는 내용의 포기각서가 포함된 경우를 중심으로 채권자취소 소송이 빈번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상속재산분할 협의가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는 요건, 과소분할·포기각서의 취급 방식, 소송 절차, 그리고 상속인이 활용할 수 있는 방어 방법을 정리합니다. 채권자로부터 취소 소장을 받은 쪽이든, 이미 분할을 마쳤는데 불안한 쪽이든 모두 참고할 수 있습니다.
01. 사해행위취소와 상속재산분할 — 기본 법리

민법 제406조 채권자취소권이란
민법 제406조 제1항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권리를 채권자취소권 또는 사해행위취소권이라 부른다.
취소권이 성립하려면 네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 채권자의 피보전채권이 사해행위 이전에 성립해 있어야 합니다. 둘째, 채무자(상속인)가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해야 합니다. 셋째, 그 행위로 채권자가 실질적 손해를 입어야 합니다. 넷째, 채무자에게 사해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사해의사는 고의가 아니라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충분합니다(인식만으로 족함).
상속재산분할 협의가 사해행위가 되는 이유
상속재산분할 협의는 공동상속인들이 자신의 상속분을 서로 조정하는 계약입니다. 협의 결과 어떤 상속인이 법정상속분보다 현저히 적게 가져가면, 그 상속인의 채권자 입장에서는 기대할 수 있었던 채권 회수 기회가 줄어든다. 판례는 이 상황을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여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로 보아 취소 대상으로 인정합니다.
이는 협의 내용을 공동상속인들이 자유롭게 결정했다고 해서 채권자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상속인의 재산처분 자유는 보장되지만,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이루어진 분할은 취소 대상이 됩니다.
대법원 2000다51797 판결의 의미
대법원은 2001년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그 성질상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이므로 사해행위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51797 판결 참조). 이 판결 이전에는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신분행위로 보아 취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견해도 있었으나, 대법원이 재산권적 성격을 명확히 인정하면서 논란이 정리되었습니다.
이후 실무에서는 상속재산분할 협의가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전제로 소송이 진행되며, 핵심 쟁점은 사해의사 존재 여부, 취소 범위, 수익자의 선의 여부로 좁혀진다.
02. 과소분할 — 법정상속분 이하로 받은 경우

과소분할의 정의와 판단 기준
과소분할이란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이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통해 자신의 법정상속분보다 현저히 적은 재산을 가져가는 것을 말합니다. 극단적인 경우 법정상속분이 있는데도 협의서상 0원을 받기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사해행위 여부 판단의 실제 기준은 법정상속분이 아니라 구체적 상속분입니다. 상속인이 생전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특별수익)를 많이 받아 구체적 상속분이 이미 0에 가까운 상태라면, 분할 협의에서 한 푼도 받지 않더라도 사해행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기여분·특별수익을 반영한 구체적 상속분을 기준으로 사해 여부를 판단하므로, 채권자는 단순히 “법정상속분을 포기했다”는 사실만으로 취소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채권자는 채무자(과소분할을 한 상속인)의 법정상속분을 기준으로, 실제로 받은 금액과의 차이 부분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법정상속분이 1/2인 상속인이 협의를 통해 한 푼도 받지 않기로 했다면, 채권자는 해당 상속인의 법정상속분 전체에 해당하는 부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취소 범위 — 채권액이 상한선
취소의 범위는 채권자의 채권액을 한도로 한다(민법 제407조). 상속인의 과소분할 금액이 채권액보다 크다면 채권액 전액에 대해 취소를 구하고, 과소분할 금액이 채권액보다 작다면 과소분할 금액 전부가 취소 대상이 됩니다.
원상회복 방법은 재산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부동산이 문제된 경우에는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고, 금전채권이나 현금의 경우에는 가액 배상을 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피고는 수익자 — 이익을 얻은 공동상속인
사해행위취소 소송의 피고는 채무자(과소분할을 한 상속인)가 아니라 수익자, 즉 협의를 통해 이익을 얻은 공동상속인입니다. 채무자는 원칙적으로 피고에 포함되지 않는다. 수익자가 다시 제3자에게 재산을 이전한 경우에는 그 제3자(전득자)도 악의인 경우 별도로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수익자의 악의(사해행위 사실을 알았다는 점)는 추정됩니다. 따라서 수익자가 선의였다는 사실, 즉 사해행위인 줄 몰랐다는 점을 수익자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이를 ‘선의 항변’이라 합니다.
03. 공동상속인 포기각서와 사해행위

법정 상속포기 vs 협의 내 포기 — 결정적 차이
상속포기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하나는 상속 개시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법정 상속포기이고, 다른 하나는 상속재산분할 협의서 내에서 또는 별도의 포기각서를 통해 자신의 상속분을 포기하는 협의 내 포기다.
판례는 법정기간 내에 가정법원에 신고한 상속포기는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다29307 판결 참조). 법정 상속포기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닌 것으로 처리되어,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협의 내 포기각서가 위험한 이유
반면 분할협의 과정에서 “내 상속분을 포기한다”거나 “모든 재산을 형에게 준다”는 내용의 포기각서를 작성하는 경우, 이는 법정 상속포기가 아니라 협의를 통한 재산 처분입니다. 법적으로는 자신의 상속분을 다른 상속인에게 이전하는 유상 또는 무상의 계약으로 취급됩니다.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다29119 판결은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를 하면서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일반 채권자에 대한 공동담보가 감소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경우 채권자는 해당 포기각서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상속포기를 했는데 채권자가 소송을 낸다”는 상황의 상당수는, 법정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협의 내 포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3개월이 지난 뒤의 상속포기 신고
민법 제1019조 제1항에 따라 상속 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법정 기간 내 상속포기 신고가 불가능합니다. 사망 후 3개월이 지났더라도 사망 사실을 늦게 알았다면 그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포기·한정승인이 가능합니다(후순위 상속인 사례에서 흔히 발생합니다). 또한 민법 제1019조 제3항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3개월 내에 알지 못한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한정승인 신고를 허용하는 특별한정승인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이 시점 이후 자신의 상속분을 처리하려면 1) 한정승인(상속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만 채무 부담) 또는 2) 협의분할로 0원을 받는 방식이 남습니다. 한정승인은 법정 절차이므로 사해행위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협의분할을 통한 0원 수령은 사해행위 취소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채무가 있는 상속인이 상속 개시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라면 법정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선택하는 것이 채권자 리스크를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04. 사해행위취소 소송 실무 — 절차와 주의사항

피고 특정과 관할법원
사해행위취소 소송의 피고는 수익자(협의로 이익을 얻은 상속인)다. 채무자인 상속인은 피고가 되지 않는다. 관할법원은 수익자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 합의부다. 청구 금액이 5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지방법원 합의부, 5억 원 이하인 경우 단독 판사 사건으로 배당됩니다. 소가 2억 원을 초과하는 단독 사건은 부장판사가 담당합니다(민사 및 가사소송의 사물관할에 관한 규칙 2022. 3. 1. 개정).
여러 채권자가 동일한 사해행위에 대해 각각 소를 제기하는 경우, 사건이 병합되기도 합니다. 수익자 입장에서는 복수의 채권자가 동시에 소를 제기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제척기간 1년과 5년
취소권은 채권자가 사해행위를 안 날로부터 1년, 행위일(협의서 작성일)로부터 5년 이내에 행사해야 합니다(민법 제406조 제2항). 이 기간을 넘기면 취소권이 소멸하고 채권자는 더 이상 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상속재산분할 협의일로부터 5년이 지난 경우에는 사해행위취소 소송 자체가 각하됩니다.
주의할 점은 “안 날”의 해석입니다. 채권자가 분할협의 사실을 등기부 등본 열람 등으로 실질적으로 알 수 있었던 시점이 기산점이 되므로, 단순히 협의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기간이 무한정 연장되지 않는다.
원상회복 방법 — 부동산과 금전
취소 판결이 확정되면 원상회복이 진행됩니다. 부동산의 경우 수익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등기가 말소된다고 해서 부동산이 빚진 상속인(채무자)의 단독 소유로 되는 것이 아니라, 협의분할 이전 상태인 공동상속인 전원의 법정상속분 공유로 되돌아갑니다. 채권자는 그 복귀된 채무자의 공유지분(예: 법정상속분 1/3)에 한해 강제집행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익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매도한 경우, 제3자가 선의라면 현물반환이 불가능하고 가액배상으로 대체됩니다. 부동산에 선순위 근저당 등 우선변제권이 설정되어 있다면, 판례는 공동담보가 되는 가액 범위 내에서 가액배상을 명하면서 우선변제권 있는 채권액을 공제하도록 합니다(대법원 2001. 6. 12. 선고 99다51197 판결 등).
금전의 경우에는 수령한 금액 범위 내에서 가액 배상이 이루어진다. 취소의 효력은 수익자(또는 전득자)와의 관계에서만 상대적으로 발생합니다(상대적 효력). 다만 민법 제407조는 “전조의 규정에 의한 취소와 원상회복은 모든 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그 효력이 있다”고 정하므로, 원상회복된 재산은 소를 제기한 채권자뿐 아니라 다른 일반 채권자도 채권 만족의 기초로 삼을 수 있습니다(안분배당). 즉 수익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상대적 효력이지만, 회복 재산의 활용 측면에서는 다른 채권자에게도 효력이 미치는 이원적 짜임새입니다.
05. 상속인이 활용할 수 있는 방어 전략 5가지

사해행위취소 소장을 받았을 때 무조건 패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5가지 항변을 사안에 따라 적절히 조합하면 취소를 막거나 취소 범위를 줄일 수 있습니다.
- 수익자 선의 항변 — 분할협의 당시 채무자(상속인)에게 채무가 있었고 분할이 사해행위임을 몰랐다는 점을 구체적 사실로 입증. 단순히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 자료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 피보전채권 부존재·사후 발생 항변 — 채권자의 채권이 상속재산분할 협의 시점 이전에 성립되어 있지 않았다면 취소권의 전제 요건이 결여됩니다. 채권이 협의 이후에 발생한 것이라면 취소 대상이 되지 않는다.
- 채무 초과 아님 항변 — 채무자의 적극 재산이 채무 총액을 초과한다면 채권자가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어 사해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상속인의 전체 재산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합리적 분할 이유 항변 — 기여분, 특별수익(생전 증여), 실제 간병·부양 사실 등을 고려한 결과 과소분할처럼 보이는 협의가 실질적으로 합리적이었음을 입증합니다. 협의 과정의 경위와 당사자 간 협의 배경을 상세히 소명해야 합니다. 다만 구체적 상속분이 법정상속분과 다르다는 사정(특별수익·기여분)은 피고(수익자) 측이 주장·입증할 책임을 부담합니다(대법원 2000다51797 판결, 2007다29119 판결 등). 민사재판부는 상속인 사이 사후 정황 진술만으로는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과거 객관적 금융거래 내역·증여세 신고 내역 등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입증하는 일이 방어의 핵심입니다.
- 제척기간 도과 항변 — 채권자가 사해행위를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즉 상속재산분할 협의서를 작성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했다면 취소권이 소멸합니다(민법 제406조 제2항). 제척기간은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며 도과 시 부적법 각하 사유가 됩니다. 등기부 열람 기록이나 채권자의 인지 시점을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방어 전략은 단독으로 하나만 사용하기보다, 항변 가능한 사유를 전부 제출하고 각각의 가능성을 검토하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취소 소장을 받으면 즉시 변호사와 검토해 대응 방향을 설계해야 합니다.
담당 변호사
윤지상 대표변호사 — 서울가정법원·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13년 재직), 주석 민법 상속편 공동 저자. 상속재산분할 협의·구체적 상속분·사해행위취소 영역에서 부장판사 시절의 결정 경험을 바탕으로 자문을 제공합니다.
노종언 대표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가사 전문변호사. 故 구하라 씨 유족 측 법률대리인을 맡아 구하라법(민법 제1004조의2) 입법 과정에 약 5년간 자문으로 참여한 상속 분쟁 전문 변호사. 채권자취소소송과 상속 분쟁의 교차 영역을 통합 설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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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법률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 변호사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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