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에게 직접 상속은 불가능합니다. 신탁법 제59조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해 수탁자(보호자)에게 양육 자금을 이전하는 방식이 현행법 안에서 가장 안전합니다.
의뢰인 중에 강아지 한 마리가 세상의 전부인 분이 계셨습니다. 제가 상담을 받으면서 “제가 먼저 가면 얘는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에 잠시 말을 멈췄던 기억이 납니다. 법이 아직 따라가지 못하는 영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법무법인 존재 박상진 파트너변호사입니다.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 법과대학원에서 외국인연구원으로 수료했습니다. 일본 시티유와법률사무소에서 한국변호사로 근무하며 한·일 신탁·기업 자문 실무를 쌓았고, 현재는 법무법인 존재에서 상속·신탁·국제가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상속을 결합한 펫신탁 자문은 생각보다 많이 들어오는데요, 아직 이 영역을 제대로 설명한 글이 많지 않아 직접 정리해보겠습니다.
반려동물은 법적으로 ‘물건’ — 직접 상속이 안 되는 이유

민법 제98조 — 동물은 ‘물건’에 해당, 권리능력 없음
직접 유증 불가 — 상속인·수증자는 법인격 있는 사람만 가능
근거 — 민법 제3조(권리능력의 존속기간)·제98조(물건) 해석론. 반려동물은 권리능력이 없어 수증자 적격을 갖지 못함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부분이 많은 반려인들을 가장 실망시키는 대목입니다. 우리나라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정의합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취지의 민법 제98조의2 신설안이 입법 추진 중이지만, 본 글 발행 시점 기준 통과·시행되지 않은 상태로 현행법상 동물은 여전히 물건의 범주에 머무릅니다. 동물보호법 제2조 제1호가 동물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따로 정의하지만, 민법상 권리능력 — 즉 법적 주체가 될 자격 — 은 사람(자연인)과 법인에만 인정됩니다.
이것이 무슨 뜻이냐면, 반려동물에게 직접 “강아지에게 5,000만 원을 준다”는 유언을 써도 법적으로 무효입니다. 민법 제3조의 권리능력은 살아 있는 사람과 법인격 있는 단체에만 인정되고, 동물은 민법 제98조에 따라 권리능력이 없는 물건으로 분류되므로 수증자 적격 자체가 없습니다. 반려동물을 수증자로 지정한 유언은 아예 그 전제부터 문제입니다.
안타깝습니다만, 현행 법 체계가 그렇습니다. 독일이나 미국처럼 반려동물 신탁을 별도 입법으로 명문화한 나라들과 달리, 우리는 기존 신탁법리 안에서 우회 방법을 설계해야 합니다.
현행법 안에서 가능한 3가지 방법

| 방법 | 법적 근거 | 장·단점 |
|---|---|---|
| 부담부 유증 | 민법 제1088조·제1111조 | 간단하나 부담 이행청구·감독 실효성 낮음 |
| 신탁 | 신탁법 제2조·제59조 | 설계 유연·법적 강제력 가장 강함 |
| 재단법인 | 민법 제47조·제48조 | 규모 크고 비용 상당 — 개인에게 비현실적 |
조건부 유증은 “반려동물을 사망 시까지 잘 돌보는 것을 조건으로 A에게 3,000만 원을 유증한다”는 구조입니다. 간단하긴 한데, 이게 좀 문제가 있습니다. 조건 이행 여부를 감독할 제도적 장치가 없습니다. A가 돈을 받고 반려동물을 방치해도, 강제할 현실적 수단이 마땅치 않거든요.
재단법인 설립은 반려동물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민법 제47조, 제48조), 반려동물을 그 재단에 위탁하는 방식입니다. 규모가 크고 비용이 상당해서 개인에게 현실적으로 쓰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가장 많이 설계하는 방법은 신탁입니다. 신탁법 제2조가 정의하는 신탁, 그 안에서도 신탁법 제59조의 유언대용신탁이 핵심입니다.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펫신탁의 법적 구조 — 신탁법 제59조 유언대용신탁

신탁법 제2조 —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재산권 이전, 수탁자는 수익자를 위해 관리·처분
신탁법 제59조 제1항항 — 위탁자 사망 시 수익자가 수익권 취득 (유언대용)
3자 구조 — 위탁자(반려인) → 수탁자(관리자) → 수익자(새 보호자)
신탁법 제2조는 “신탁”을 “위탁자와 수탁자 간의 신임 관계에 기하여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재산의 관리, 처분, 개발, 그 밖의 신탁 목적 달성을 위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로 정의합니다. 쉽게 말하면, 내가 신뢰하는 사람에게 재산을 맡기고, 그 사람이 내가 정한 목적대로 재산을 쓰는 구조입니다.
펫신탁은 이 구조를 이렇게 씁니다. 반려인(위탁자)이 생전에 신탁계약을 체결합니다. “내가 사망하면 신탁재산을 수탁자가 보관하되, 반려동물을 돌봐 줄 새 보호자(수익자)에게 반려동물 양육 자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요. 이때 수탁자는 대외적으로 재산의 소유권을 갖지만, 신탁 목적(반려동물 양육)에 맞게만 사용해야 합니다.
신탁법 제59조 제1항은 유언대용신탁(제1항 수익자가 될 자로 지정된 자가 위탁자의 사망 시에 수익권을 취득하는 신탁, 제2항 수익자가 위탁자의 사망 이후에 신탁재산에 기한 급부를 받는 신탁)에서 위탁자에게 수익자 변경권을 부여합니다. 반려인이 생전에 마음이 바뀌면 새 보호자(수익자)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어 유언에 비해 유연합니다(다만 신탁행위로 달리 정한 경우에는 그에 따름).
제가 일본 시티유와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할 때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의 펫신탁 구조를 직접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일본은 2000년대 초부터 이 구조를 정교하게 운용하고 있었습니다. 한국보다 10년 이상 앞서 있더군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지금 가야 할 방향을 미리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수탁자 선정 — 개인 vs 기관, 무엇이 더 나은가
- 개인 수탁자 — 반려동물과 유대관계 있어 실질 양육 기대. 단, 사망·건강 이상·연락 두절 시 신탁 흔들림 리스크 있음
- 기관 수탁자(금융기관·신탁회사) — 안정적, KB반려행복신탁 대표 사례. 설계 유연성 낮아 개별 조건 반영 어려움
- 혼합 방식(권장) — 기관이 자금 관리 + 개인 또는 변호사를 신탁법 제64조의 신탁감독인(Trust Protector에 상응) 또는 같은 법 제67조의 신탁관리인으로 별도 지정. 가장 견고한 구조
수탁자를 누구로 할지가 사실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개인을 수탁자로 지정하면, 그 사람이 반려동물과 유대관계가 있어서 실질적으로 잘 돌볼 가능성은 높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먼저 사망하거나, 건강이 나빠지거나, 연락이 끊기면 어떻게 되나요. 신탁 자체가 흔들립니다.
기관 수탁자(금융기관·신탁회사)는 안정적입니다. KB반려행복신탁이 대표적입니다. 2021년에 출시되어 시중은행권 펫신탁 상품의 초기 사례로 운용 중입니다. 월정액 지급, 의료비 직접 지급 등 기본 구조는 갖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설계 유연성이 낮습니다. 수익자 조건, 잔여재산 귀속, 수탁자 교체 등을 자유롭게 조정하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는 혼합 방식을 권합니다. 기관이 자금 관리를 맡고, 개별 지인이나 변호사를 “신탁 감시인(Trust Protector)”으로 별도 지정해서 기관이 목적대로 자금을 쓰는지 감시하는 이중 구조입니다. 이쪽이 가장 견고합니다.
신탁계약서 핵심 설계 4요소

제1항 급부 방식 — 월정액 자동 이체 vs 의료비 직접 지급
제2항 모니터링 — 변호사 위임 정기 보고 의무화
제3항 잔여재산 귀속 — 반려동물 사망 후 재산 처분처 명시
제4항 수탁자 교체 — 부적절 양육 시 교체 조건 사전 설정
급부 방식은 월정액 지급과 항목별 직접 지급을 혼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매월 50만 원을 정액 지급하되, 의료비는 의료기관 영수증 기준으로 수탁자가 직접 병원에 지급”하는 식입니다. 수익자가 의료비 명목으로 현금을 가져다 다른 곳에 쓰는 것을 방지합니다.
모니터링 조항이 없는 신탁계약은 사실 거의 반쪽짜리라고 봐도 됩니다. 반려동물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변호사를 모니터링 대리인으로 지정해서 분기별로 사진·진료 기록·생활 기록을 제출받는 조항을 넣으면, 법적 강제력이 생깁니다.
잔여재산 귀속은 많이 빠뜨립니다. 반려동물이 먼저 사망하면 남은 신탁재산이 어디로 가나요. 이걸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으면 법원 판단에 맡겨지고,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특정인·상속인 중 누구에게 귀속할지 미리 정해 두어야 합니다.
수탁자 교체 조건은 “수탁자가 반려동물을 3회 이상 학대하거나, 6개월 이상 연락 두절 시 모니터링 대리인이 교체를 신청할 수 있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막연하게 “부적절한 양육 시”로 쓰면 나중에 교체 요건이 됐는지를 두고 또 분쟁이 생깁니다. 수치로 정하세요.
유류분과의 충돌 — 배우자·자녀가 신탁을 다투는 경우
유언대용신탁 — 실질적으로 상속재산의 사전 처분에 해당, 유류분 기초재산 산입 가능
판례 미확립 — 펫신탁과 유류분 관계는 아직 대법원 판단 없음
사전 시뮬레이션 — 신탁 설정 전 유류분 영향 분석 필수
이게 실무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제 자녀가 나중에 이 신탁을 유류분으로 다툴 수 있나요?”
헷갈리는 부분인데요, 정확히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펫신탁이 유언대용신탁(신탁법 제59조) 방식으로 설정된 경우, 위탁자 사망 시 수익자가 신탁재산에서 급부를 받는 구조이므로 실질적으로 상속재산의 사전 처분과 유사합니다. 이 경우 공동상속인이 민법 제1114조(제3자 증여) 또는 제1118조(공동상속인 증여) 법리를 들어 유류분 기초재산 산입을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단, 펫신탁 자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은 아직 없습니다. 그 뼈대가 되는 유언대용신탁과 유류분의 관계는 과거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던 시기가 있었으나, 대법원 2024년 7월 11일 선고 2019다294466 판결이 유언대용신탁으로 이전된 재산도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포함된다고 본 원심을 확정하면서 사실상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즉, 펫신탁 재산 역시 자녀나 배우자의 유류분 반환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따라서 펫신탁 설정 단계에서 상속 전체 그림을 그리고 다른 상속재산으로 유류분이 충분히 충족되도록 사전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작업이 과거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습니다. 제가 자문한 사례에서도 신탁재산 규모가 전체 상속재산의 30%를 넘는 경우에는 유류분 충돌 시뮬레이션을 꼭 먼저 했습니다. 신탁 설정 전에 상속 전체 그림을 그리고, 나머지 재산으로 유류분이 충족되는지 먼저 계산해야 나중에 다툼이 없습니다. 세무 측면에서도 유언대용신탁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상속재산에 포함되어 상속세가 과세되므로(상증세법 제2조 등), 신탁 설계 단계에서 상속세 부담도 함께 시뮬레이션해야 합니다.
그렇긴 한데요, 반려동물을 위해 설정한 신탁이 사후에 자녀들 간 분쟁으로 번지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생전에 가족과 충분히 이야기하고, 필요하다면 가족 동의서를 받아두는 것이 분쟁 예방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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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 묻는 질문
Q. 반려동물에게 직접 유언으로 재산을 남길 수 있나요?
박상진 변호사 ▸ 불가능합니다. 반려동물은 민법상 물건에 해당해 권리능력이 없고, 직접 상속인이나 유증 수증자가 될 수 없습니다. 대법원도 유언의 형식적 엄격주의를 견지합니다(민법 제3조·제98조 해석론). 법적으로 유효한 방법은 신탁·조건부 유증·재단법인 설립 3가지입니다.
Q. 펫신탁을 설정하면 수탁자가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나요?
박상진 변호사 ▸ 그렇지 않습니다. 신탁법상 수탁자는 선관주의의무(제32조)와 충실의무(제33조)를 집니다. 신탁계약서에 “반려동물 양육 목적 외 사용 금지”를 명시하고, 변호사를 통한 모니터링 조항·수탁자 교체 조건을 추가하면 법적 제재가 가능합니다.
Q. 반려동물이 사망하면 신탁재산은 어떻게 되나요?
박상진 변호사 ▸ 신탁계약서에 미리 정한 귀속권리자(잔여수익자)에게 이전됩니다. 동물보호소·재단·특정인 등 누구든 지정할 수 있습니다. 별도 귀속 규정이 없으면 위탁자 상속인에게 돌아갑니다. 이 조항을 빠뜨리면 나중에 분쟁이 생기므로 반드시 계약서에 명시해야 합니다.
Q. 자녀나 배우자가 펫신탁 설정을 유류분으로 다툴 수 있나요?
박상진 변호사 ▸ 원칙적으로 신탁재산도 유류분 기초재산에 산입될 수 있습니다. 특히 유언대용신탁(신탁법 제59조) 방식은 실질적으로 상속재산의 사전 처분에 해당해 공동상속인이 유류분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신탁 설정 전 유류분 충돌 시뮬레이션이 필수입니다.
Q. 은행 펫신탁과 변호사를 통한 법률 신탁은 무엇이 다른가요?
박상진 변호사 ▸ KB반려행복신탁 등 은행 상품은 금전 운용 중심이고 설계 유연성이 낮습니다. 법률 신탁은 수탁자를 자유롭게 선정하고 급부 방식·모니터링·잔여재산 귀속·수탁자 교체 조건 등을 개별 설계할 수 있어 반려인의 의도를 더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은 말을 못 합니다. 그래서 법적 설계가 더 촘촘해야 합니다. 나중에 “그냥 믿었는데요”가 통하지 않는 영역이 법입니다. 생전에 제대로 설계해 두면 반려동물이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이 그 설계를 시작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법무법인 존재
가사 · 상속 · 소년 · 국제가사 전문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법률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 변호사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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