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부모님 재산 수억 원을 빼돌렸는데,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
오랫동안 한국 법에서 이것은 현실이었습니다. 형법 제328조, 이른바 ‘친족상도례’라는 제도가 가족 간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거나 친고죄로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이 조항이 사회적으로 주목받게 된 계기가 바로 박수홍 사건입니다.
박수홍 사건은 가족 내 재산범죄에 대한 법적 보호의 공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결국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과 형법 개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친족상도례가 어떤 제도였는지, 왜 폐지되었는지, 그리고 달라진 실무가 무엇인지를 정리합니다.
01. 친족상도례란 — 형법 제328조의 구조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는 가족 간 재산범죄에 대해 형사처벌을 제한하는 형법상 특례입니다.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 존재했고, “법은 가정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전통적 관념에 기초합니다.
▸ 1. 이원 구조
| 조항 | 대상 친족 | 효과 |
|---|---|---|
| 제1항 |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 형 면제 (필요적) |
| 제2항 | 그 외 친족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 친고죄 (고소 있어야 공소 제기) |
2024년 6월 27일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과 2025년 12월 30일 형법 개정으로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 간 재산범죄 형 면제 규정이 폐지됐습니다. 박수홍 사건이 이 변화의 결정적 계기였으며, 이제 가족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제1항의 ‘형 면제’는 재판을 하더라도 형을 선고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실무에서는 수사기관이 아예 수사를 진행하지 않거나, 검찰이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하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횡령 금액이 수십억 원이든, 피해자가 고령의 부모이든, 가족 관계가 확인되면 형사절차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 2. 입법 취지와 한계
이 조항의 입법 취지는 가족 간 분쟁에 국가 형벌권이 개입하면 가정이 파탄될 수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가족이 화해할 기회를 보장한다는 명분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조항은 가족이라는 관계를 악용한 경제적 착취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가족을 지키려고 도입됐던 제도가 지금은 가족을 붕괴시키는 범죄의 방패막이가 됐다.”
— 노종언 변호사, 한국일보 인터뷰 (2024.7.10)
02. 박수홍 사건이 드러낸 문제
2020년, 방송인 박수홍이 친형 부부에 의한 수십억 원 규모의 출연료 횡령 의혹을 공개하면서 친족상도례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었습니다.
▸ 1. 법적 쟁점
박수홍과 친형은 직계혈족이 아닌 형제 관계입니다. 따라서 제1항(형 면제)이 아니라 제2항(친고죄)이 적용되었고, 박수홍의 고소로 형사절차가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역으로 중요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만약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횡령했다면? 직계혈족 관계이므로 제1항이 적용되어, 아무리 큰 금액이라도 형사처벌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 2. 사회적 논의의 촉발
박수홍 사건을 계기로 친족상도례 폐지를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국회에 관련 개정안이 다수 발의되었고, 학계와 실무에서도 이 조항의 위헌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연예인의 개인 분쟁이 아니라, 수십 년간 방치된 법률적 공백을 드러낸 계기였습니다.
03. 2024년 헌법재판소 결정 — 헌법불합치(전원일치)
2024년 6월 27일,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328조 제1항(근친 간 형 면제)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 1. 위헌 판단의 핵심 근거
- 재판절차진술권 침해(헌법 제27조 제5항): 일률적 형 면제로 형사피해자가 재판을 받을 기회 자체가 박탈되었습니다.
- 피해자 재산권의 과도한 제한: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사정만으로 피해자의 재산권 보호가 포기되는 구조였습니다.
- 가족 범죄의 현실 변화: 가족 구조가 다양화되고,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전통적 가족 개념에 기초한 입법 취지가 현실과 괴리되었습니다.
- 취약계층 보호 부재: 고령자, 장애인 등 판단능력이 부족한 가족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사실상 용인했습니다.
▸ 2. 결정의 효력
헌법불합치 결정이므로 해당 조항이 즉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헌재는 국회에 2025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 의무를 부과했고, 그때까지 해당 조항의 적용이 중지되었습니다. 결정 선고일(2024. 6. 27.)부터 형 면제 규정은 효력이 정지된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 결정은 구하라법 상속권 상실 제도와 함께, 가족 관계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제도가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04. 2025년 형법 개정 — 형면제에서 친고죄로
2025년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형법 개정안이 재석 228명 중 찬성 227명으로 가결되었습니다.
▸ 1. 개정의 핵심 — 친고죄로 일원화
| 항목 | 기존 | 개정 |
|---|---|---|
|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 | 형 면제 (필요적) | 친고죄로 전환 |
| 그 외 친족 | 친고죄 | 친고죄 유지 |
| 직계존속 고소 | 불가 (형사소송법 제한) | 가능 (특례 신설) |
가장 큰 변화는 형 면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입니다. 모든 친족 간 재산범죄가 친고죄로 통합되었습니다. 피해자가 고소하면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고소하지 않으면 국가가 개입하지 않습니다. 가족 관계의 특수성은 존중하되, 피해자에게 법적 보호를 받을 선택권을 부여한 것입니다.
▸ 2. 직계존속 고소 특례
기존에는 형사소송법상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할 수 없었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횡령해도 자녀가 고소할 방법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이번 개정에서는 친족 간 재산범죄에 한하여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를 허용하는 특례를 신설했습니다. 또한 검사가 피해자의 이익을 고려하여 직권으로 기소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되었습니다.
▸ 3. 경과규정
헌법불합치 결정일(2024. 6. 27.) 이후 법 개정 전까지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법 시행일(2025. 12. 31.)로부터 6개월 이내, 즉 2026년 6월 30일까지 고소할 수 있는 경과규정이 마련되었습니다. 해당 기간에 해당하는 피해자는 기한 내 고소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05. 달라진 실무 — 이제 가족도 처벌받는다
친족상도례 폐지 이후, 가족 간 재산범죄에 대한 형사 대응이 가능해졌습니다. 실무에서 달라진 점을 정리합니다.
▸ 1. 고소 절차
- 증거 확보: 금융거래내역, 문자·카톡 대화, 녹취, 회계자료, 부동산 등기부 등
- 고소장 작성: 피해 사실, 피고소인과의 친족관계, 범행 경위, 증거 목록 기재
- 관할 수사기관 제출: 피고소인 주소지 또는 범행지 관할 경찰서·검찰청
- 수사 및 기소: 참고인 조사, 증거 수집, 검찰 송치, 기소 결정
▸ 2. 증거 수집의 중요성
가족 간 거래는 계약서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빌려준 것이다”, “합의 하에 사용한 것이다”라는 항변이 나오기 쉽고, 이를 반박하려면 금원의 이동 경위, 사용처, 반환 약속 유무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고소 전 증거 확보가 사건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 3. 민형사 병행 전략
형사고소와 함께 민사소송(손해배상 청구, 부당이득반환 청구)을 병행하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 전략입니다. 형사 유죄 판결은 민사소송에서 강력한 증거가 되고, 민사의 가압류·가처분은 상대방의 재산 은닉을 방지합니다.
고소 요건, 증거 수집, 민형사 병행 전략의 구체적인 절차는 친족상도례 폐지 이후, 가족 간 형사고소 실무 가이드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친고죄 유의사항: 고소 기간은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입니다. 고소를 취소하면 동일 사건으로 재고소할 수 없으므로(형사소송법 제232조), 합의 조건을 확실히 한 후에 취소를 결정해야 합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FAQ)
Q. 부모를 형사고소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2025년 형법 개정으로 친족 간 재산범죄에 한하여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 특례가 신설되었습니다. 부모가 자녀 명의 재산을 권한 없이 사용·처분한 경우, 횡령죄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검사가 피해자의 이익을 고려하여 직권으로 기소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Q. 이미 지난 횡령도 고소 가능한가요?
시점에 따라 다릅니다. 헌법불합치 결정일(2024. 6. 27.) 이전에 종료된 범죄에 대해서는 기존 친족상도례가 적용됩니다. 결정일 이후 법 개정 전까지 발생한 사건은 2026년 6월 30일까지 고소할 수 있는 경과규정이 적용됩니다. 다만 범행이 결정일 이후까지 계속된 경우(계속범)에는 새로운 법률이 적용될 수 있으므로, 공소시효(횡령·배임은 10년)와 함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른 검토가 필요합니다.
Q. 친족상도례 폐지가 모든 가족 범죄에 적용되나요?
아닙니다. 친족상도례는 재산범죄(절도, 사기, 횡령, 배임, 공갈, 장물 등)에만 적용되었던 특례입니다. 폭행, 상해, 협박 등 신체에 대한 범죄는 원래부터 친족상도례와 무관하게 처벌이 가능했습니다. 이번 개정 역시 재산범죄에 대한 형 면제 폐지와 친고죄 전환이 핵심이며, 재산범죄 이외의 범죄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본 콘텐츠는 법무법인 존재 노종언 대표변호사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노종언 변호사는 박수홍 횡령 피해 사건의 법률대리인으로서 친족상도례 폐지에 기여하였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적 판단은 반드시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관련 영상
법무법인 존재
가사 · 상속 · 소년 · 국제가사 전문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법률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 변호사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존재의 블로그 글은
쉽게 찍어내는 원고가 아닙니다.
실제 사건을 다뤄온 경험과
법원이 살피는 기준을 바탕으로
의뢰인에게 필요한 내용을 설명합니다.
존재 챗봇이란?
법무법인 존재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상담 전에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


법무법인 존재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