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량의 늪을 건너 구체적 형평으로 — 대법원 2024므16033 비상장주식 현물분할 판결 (이혼상속 처방전 ② 윤지상 변호사)

CURATED COLUMN
오늘의 칼럼 한 편
「이혼상속 처방전」 두 번째 이야기
법률신문 · 윤지상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 編註
이 글은 서울가정법원·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를 13년 지낸 윤지상 변호사가 법률신문 「이혼상속 처방전」 시리즈 두 번째로 기고한 칼럼을, 의뢰인의 시선에서 다시 풀어낸 글입니다.
💡 한 줄 답변
재산분할은 법원의 재량이 넓지만, 그 재량이 예측 가능성과 구체적 형평을 잃으면 당사자에게는 불확실성과 두려움이 됩니다. 대법원 2024므16033 판결은 비상장주식의 환가곤란·조세전가·경영권을 고려해야 한다는 구체 기준을 제시했고, 이 저울이 상속재산분할에도 확장될 필요가 있습니다.
📰 법률신문 원문 칼럼
본 글은 윤지상 변호사가 법률신문 「이혼상속 처방전」 시리즈 두 번째로 기고한 「가사 사건의 재산분할, 재량이라는 이름의 불확실성」을 의뢰인 관점에서 다시 풀어쓴 글입니다.
CHAPTER · Prologue
제. 서 장

“이렇게 분할되면 저는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말입니까”

판결문의 비율이 현실에서 무너지는 그 순간

느 의뢰인 한 분이 상담실에 와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판결문 위 숫자는 단정했지만, 그 숫자가 의뢰인의 일상으로 옮겨지는 순간 살아남기 어려운 무게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변호사님. 이렇게 분할되면 저는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말입니까. 실제 가격보다 훨씬 높게 감정된 상가를 제가 받고, 현금을 지급하라니요. 상가는 팔리지도 않고 대출금으로 충당하기도 어렵습니다.”

가사 사건이나 상속 사건을 다루다 보면 이따금 마주하는 절규입니다. 판결문에는 “공평한 분할”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 결과가 한 사람의 생활을 무너뜨리는 일이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재산분할에는 법원의 재량이 넓게 인정됩니다. 그 재량은 개별 사건에서 정의를 만들어내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재량이 예측 가능성과 구체적 형평을 잃는 순간, 당사자에게는 그것이 바로 불확실성과 두려움의 다른 이름이 됩니다.

오늘은 그 재량의 그림자를 짚어 보고, 최근 대법원이 그 그림자에 처음으로 빛을 비춘 사건을 함께 펼쳐 보여드리겠습니다.

❦ ✦ ❦
CHAPTER · I
제. 1 장

재량이라는 이름의 불확실성: 민법 제839조의2와 후견적 재량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와 그 밖의 사정”이 의미하는 것

이혼 재산분할의 근거 조문은 의외로 짧고 추상적입니다.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은 이렇게 규정합니다.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와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상속재산분할도 비슷합니다. 대법원은 상속재산 분할방법에 관하여 상속재산의 종류·성격, 상속인들의 의사, 상속인들 사이의 관계, 상속재산의 이용관계, 상속인의 직업·나이·심신상태, 분할로 인한 분쟁 재발의 우려 등을 종합 고려해 법원이 후견적 재량으로 결정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4. 11. 25.자 2012스156 결정 등 참조).

재량의 정당성은 분명합니다. 한 가족의 사정은 결코 같지 않으므로, 일률적 공식보다 사건마다 다른 답을 내리는 편이 정의에 가까울 때가 많습니다. 다만 그 재량이 예측 가능성을 잃는 순간, 당사자는 자신이 무엇을 받게 될지 가늠하지 못한 채 법정 문 앞에서 떨게 됩니다.

저는 13년간 가정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며 같은 자산 구성을 가진 사건이 어떤 재판부, 어떤 시점, 어떤 감정평가 결과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봐 왔습니다. 재량은 정의의 다른 이름이지만, 동시에 두려움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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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 II
제. 2 장

판결문의 비율이 무너지는 이유: 환가곤란·조세전가·경매

비상장주식과 부동산이 현금이 되지 못할 때 일어나는 일

현실에서 판결의 분할 비율이 무너지는 가장 흔한 지점은 “환가가 안 되는 자산”입니다.

가족 사이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재산을 어느 한쪽에 몰아주고, 정작 현금이 없는 쪽에게 상대방에게 수억 원의 차액을 금전으로 배상하라고 명하는 결정이 적지 않습니다. 그 분이 비상장주식이나 부동산의 담보대출을 알아보지만, 대부분은 막힙니다. 결국 보유 자산을 급히 처분해야 합니다.

그 다음 줄줄이 따라오는 비용이 있습니다.

• 급매에 따른 환가 손실
• 양도소득세 부담 (대부분 한쪽에 전가)
• 처분이 안 되어 역경매가 진행될 경우 배당금이 분할 비율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
• 분할받은 비상장주식·부동산을 공유로 받게 되어 추가 공유물분할청구소송 발생

판결문이나 결정문이 정한 비율이 현실에서는 한참 못 미치는 결과로 이어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분할의 셈법에 양도소득세와 환가 손실이 좀처럼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죠.

아예 처음부터 구체적 형평에 맞지 않게 분할받는 것보다,
공유로 받아 추후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형평에 맞게 출발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이 질문이 저희 같은 가사사건 변호사들이 오래 품어 온 문제의식입니다. 그리고 최근 대법원이 그 질문에 처음으로 답을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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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 III
제. 3 장

대법원 2024므16033: 750억 비상장주식 사건이 던진 변화

대법원 2026. 5. 29. 선고 2024므16033, 2024므16040 판결

최근 대법원의 판단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대법원 2026. 5. 29. 선고 2024므16033, 2024므16040 판결).

사건 개요는 이렇습니다. 부부의 재산이 약 900억 원에 이르고, 그 중 약 750억 원이 비상장주식이었습니다. 원심은 분할 비율을 2:8로 정한 뒤, 주식을 보유한 배우자에게 차액 약 140억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명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습니다. 그 이유가 핵심입니다.

① 비상장 회사의 폐쇄성: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과반을 함께 넘기지 않는 한 주식을 제값에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사실
② 조세 전가: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와 비용까지 모두 한쪽에 전가된다는 현실
③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위 두 가지를 외면한 채 단순 차액 정산만 명한 것은 형평을 잃는다는 판단

판결문 한 줄로 끝낼 일이 아니었습니다. 750억 원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한 배우자가 140억 원을 현금으로 마련하려면, 사실상 회사 지분을 시장에 던지거나 폐쇄적인 매수자에게 헐값에 넘겨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환가 손실은 분할의 셈법에 잡히지 않은 채 그대로 한쪽이 떠안게 되죠.

저는 이 판결을 읽으며 오랫동안 가사·상속 사건을 다뤄 온 변호사들이 함께 고개를 끄덕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의뢰인 옆에서 너무 자주 봐 온 비극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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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 IV
제. 4 장

새 판단 기준: 대상분할 우선, 형평 해치면 현물분할 혼용

대법원이 한 걸음 진전시킨 우선순위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판결문에서 옮긴 핵심 판시는 이렇습니다.

“비상장주식의 분할 방법을 정할 때에는 당사자들이 그 분할 방법에 관해 합의하였거나 객관적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급적 대상분할(금전 정산)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대상분할만으로 당사자들의 형평을 현저히 해하는 경우에는 그 방식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현물분할 등 여러 종류의 재산분할 방법을 혼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 판시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갖습니다.

첫째, 분할 방법의 일반적 우선순위를 명시했습니다. 원칙은 대상분할(금전 정산), 예외가 현물분할 혼용입니다. 그동안 추상적 재량의 영역이었던 부분에 구체적 위계가 처음 잡혔습니다.

둘째, 그 예외의 발동 조건을 명시했습니다. 바로 “대상분할만으로 형평을 현저히 해하는 경우”입니다. 환가곤란·조세전가·경영권의 향배가 형평을 해치면 현물분할을 적극 고려하라는 신호입니다.

이 판결이 가족 사이 재산분할에서 법관이 고려해야 할 요소와 그 우선순위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현금화의 난이도, 경영권의 향배, 세금과 비용의 전가 가능성을 형평의 저울 위에 함께 올리도록 한 것입니다.

추상적 재량이 “무엇을 살펴야 하는가”라는 물음 앞에서 비로소 구체적 판단 기준으로 바뀐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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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 V
제. 5 장

상속재산분할에도 같은 저울이 필요하다 (민법 제1013조)

현물분할과 대상분할의 선택이 똑같이 문제되는 영역

바라건대 이러한 구체화와 구체적 형평이 비상장주식이라는 하나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았으면 합니다. 본 사건의 문제의식, 즉 환가곤란·조세전가·경영권은 이혼 사건에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현물분할과 대상분할의 선택이 똑같이 문제되는 민법 제1013조 상속재산분할에서도 같은 저울이 필요합니다.

상속재산도 거액 부동산, 가족회사 비상장주식, 가업 지분 같은 자산이 한꺼번에 얽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같은 잣대(가급적 가액 분할 우선, 형평을 현저히 해치면 현물분할 혼용)가 자연스럽게 적용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법원이 한층 더 촘촘한 지침을 이어 간다면 의뢰인은 자신의 몫을 미리 가늠하고, 불필요한 다툼을 거둘 수 있습니다.

① 분할 비율을 정하는 첫 기준점
② 현물분할과 금전배상 사이의 일반적 우선순위
③ 환가 시점과 조세 효과를 고려할 의무

이 세 가지가 분명해질수록, 같은 사건이 어느 재판부를 만나든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예측 가능성이 정의의 한 형태가 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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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재량은 사건의 특수성을 존중하는 미덕입니다. 그러나 그 미덕이 예측 가능성과 형평을 잃는 순간, 미덕은 의뢰인에게 두려움이 됩니다.

재량이 곧 정의는 아닙니다.
예측 가능성과 구체적 형평이야말로,
파국을 지나온 가족이 다시 삶을 시작하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정의입니다.

대법원 2024므16033 판결이 하나의 기준점을 마련했습니다. 그 기준 위에 상속재산분할도 함께 올라설 수 있어야 합니다. 그 형평의 저울이 비상장주식 너머 부동산·가업 지분·해외 자산까지 확장될 수 있도록, 우리 법조계가 한 걸음씩 따라가야 할 때입니다.

재산분할 사건을 앞두고 계신다면 분할 비율 협상에 앞서 자산별 환가 가능성과 분할 방법을 먼저 설계하시기 바랍니다. 비율보다 방법이 결과를 더 크게 좌우합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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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 Q&A
제. 附 장

자주 묻는 질문

이 칼럼을 읽으신 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다섯 가지

Q.이혼 재산분할에서 법원이 가지는 재량은 어디까지인가요?
윤지상 변호사 ▸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은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와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고만 규정합니다. 분할 비율·방법·시점 모두 법원의 후견적 재량 영역으로, 같은 자산이라도 어느 재판부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Q.왜 비상장주식이나 부동산은 현금으로 나누기 어려운가요?
윤지상 변호사 ▸ 비상장주식은 회사의 폐쇄성 때문에 경영권을 포함한 과반 지분을 함께 넘기지 않는 한 시장에서 제값에 팔리지 않습니다. 부동산도 담보대출 한도가 막히면 급매·경매로 처분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양도소득세와 환가 손실이 모두 한쪽에 전가되어 판결의 분할 비율이 현실에서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Q.대법원 2024므16033 판결은 무엇을 바꾸었나요?
윤지상 변호사 ▸ 약 900억 원 부부 재산 중 약 750억 원이 비상장주식인 사건에서, 원심이 주식 보유 배우자에게 약 140억 원을 현금 정산하라고 한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했습니다(2026.5.29 선고). 비상장주식 분할에서는 “가급적 대상분할(금전 정산) 우선, 다만 형평을 현저히 해치면 현물분할 등 방법 혼용”이라는 구체 기준을 처음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Q.이 판결이 상속재산분할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윤지상 변호사 ▸ 직접 적용되지는 않지만 같은 저울이 필요합니다. 상속재산분할(민법 제1013조)에서도 현물분할과 대상분할(가액 정산)의 선택이 동일하게 문제되며, 환가곤란·조세전가·경영권 고려 의무라는 본 판결의 문제의식은 상속 사건에도 그대로 옮겨질 수 있습니다.
Q.재산분할 소송을 앞두고 의뢰인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윤지상 변호사 ▸ 자산별 환가 가능성을 먼저 확인하는 일입니다. 비상장주식·부동산·법인 지분처럼 시장에서 즉시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 처음부터 대상분할 단독이 아닌 현물분할 혼용 청구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분할 비율 협상보다 분할 방법 설계가 결과를 더 크게 좌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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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PHON
발 문
 윤지상 변호사
前 서울가정법원·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 13년 · 상속재산분할 및 유류분 재판실무편람 집필위원

監修 노종언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가사 전문변호사 · 구하라법 입법 기여

原文 법률신문 「이혼상속 처방전」 ②
가사 사건의 재산분할, 재량이라는 이름의 불확실성

編註 법무법인 존재
본 글은 일반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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