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존재 編註
부모가 자녀에게 건넨 돈은 “구체적 반환약정”의 존재 여부에 따라 대여와 증여가 결정됩니다. 이혼 시작 후 만들어진 대여 주장은 법원이 매우 엄격하게 배척하며, 증여로 판가름 나면 상속 시점에 특별수익·유류분 다툼으로 옮겨갑니다.
본 글은 노종언 변호사가 법률신문 「이혼상속 처방전」 시리즈 첫 회로 기고한 「상속할 땐 ‘증여’ 이혼할 땐 ‘대여’?」(2026.05.27 게재)를 의뢰인 관점에서 다시 풀어쓴 글입니다.
어느 의뢰인의 두 마디
— 가족 사이를 가장 첨예하게 갈라 세우는 그 한 마디 —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다정하던 가족이 어느 날 마주 앉아 같은 돈을 두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가족 사이를 상담하다 보면 가장 빈번하고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이 바로 부모가 자녀(또는 자녀 부부)에게 건넨 “목돈”의 성격입니다. 화목할 때는 아무 문제도 아니던 돈이, 이혼이나 상속이라는 파국 앞에서는 가족의 가슴을 찌르는 비수로 돌변합니다.
돈을 건넨 쪽은 “빌려준 돈(대여)”이라며 반환을 요구하고, 방어하는 쪽은 “그냥 주신 돈(증여)”이라며 맞섭니다. 법원은 이 진실 공방을 어떻게 판단할까요. 저는 가사·상속·형사 사건을 함께 다루면서 이 다툼을 무수히 봐왔습니다. 오늘은 그 판단 기준을 한 장씩 펼쳐 보여드리겠습니다.
대여와 증여를 결정짓는 한 가지 — “구체적 반환약정”
— 법원이 가장 먼저 펼쳐 보는 잣대 —
법원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송금 당시 “동일 금액을 반환하기로 한 구체적 반환약정”이 있었느냐입니다. 단순히 자녀 계좌로 돈이 이체된 사실만으로는 대여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우리 법원의 태도는 냉철하고 확고합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는 부양비 지원·사전증여 등 여러 명목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이 사회 통념에 부합하므로, 단순히 송금 사실만으로 대여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증여”라고 다투는 순간, 대여를 주장하는 측이 송금 당시 동일 금액을 반환하기로 한 구체적 반환약정(소비대차의 의사합치)이 있었음을 엄격하게 증명해야 합니다. 입증 책임이 대여 주장 쪽에 있다는 뜻입니다.
이때 가장 흔히 깨지는 표현이 있습니다.
여유가 될 때 조금씩 갚을게.
이런 대화는 도의적 책임감의 표현일 뿐, 법적 구속력 있는 반환약정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변제기와 이자가 빠진 막연한 약속은 법원의 눈에 “갚을 의무”가 아니라 “갚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보이거든요.
이혼 단계에서 사후 대여 주장은 왜 깨지는가
— 민법 제839조의2, 그 안에서 무너지는 사후 주장의 진정성 —
재산분할(민법 제839조의2) 다툼에서는 잣대가 더욱 날카로워집니다. 분쟁이 시작된 뒤 사후적으로 만들어진 대여금 주장은 거의 모두 배척됩니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보는 패턴이 이렇습니다. 혼인 기간 내내 이자 지급이나 반환 독촉이 단 한 차례도 없다가, 이혼 소송이 개시된 직후 시부모(또는 처가)가 돌연 대여금 반환을 청구해 오는 경우입니다. 법원은 그 진정성을 강하게 의심합니다.
결정적 약점이 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부부의 재산분할 협의나 조정 과정에서 해당 금액이 “부채” 항목으로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사정입니다. 진짜 빚이라면 부부가 함께 갚아야 할 채무로 협의 테이블에 올랐어야 정상이거든요. 그런데 협의 과정에서 한 번도 거론되지 않다가 소송 과정에서 갑자기 등장한다는 것은, 그 돈이 사실 처음부터 대여가 아니었음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반면 부모가 넉넉지 않은 형편에 대출까지 받아 자금을 마련해 준 정황, 지급 당시 작성된 차용증, 정기적인 원리금 상환 내역이 명확하다면 대여로 인정되어 부부 공동채무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이 차이는 정말 큽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대여로 인정되면 재산분할 대상에서 공제되고, 증여로 결론 나면 받은 쪽의 자산으로 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여로 인정받으려면 — 차용증·이자·반환 독촉의 흔적
— 돈이 오가는 그날, 함께 남겨두어야 할 것 —
가족 간 자금이 대여로 인정되려면 송금 시점에 차용증을 작성하고, 정기적 원리금 상환과 반환 독촉 흔적이 한꺼번에 정합성을 갖춰야 합니다.
상담에서 제가 의뢰인분들께 가장 많이 드리는 말씀이 이겁니다.
소송이 임박해서 만든 차용증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처분문서로서의 차용증은 변제기·이자율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막연히 “갚을게요”가 아니라 “2025년 12월 31일까지 연 5%로 갚는다” 식의 명확한 조건이 들어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체할 때에도 작은 흔적이 중요합니다. 소액 입금이라도 단순 용돈이 아니라 “변제”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금융 내역이나 메시지가 함께 남아 있어야 합니다. 카카오톡 대화에서 “이번 달 이자입니다”, 송금 메모에 “차용금 일부 상환”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면 그 자체가 강력한 정황 증거가 됩니다.
소송이 임박해서 사후에 급조한 엉성한 차용증은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독이 될 뿐입니다. 작성일자와 사용된 용지, 필체 변화, 다른 자료와의 시간순 정합성까지 전부 다투어지거든요. 사후 차용증으로 이긴 사건을 저는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증여로 판가름 나면 — 특별수익·유류분의 새로운 다툼
— 이혼에서 끝난 다툼이, 상속에서 다시 시작되는 자리 —
대여가 아닌 증여로 결론 나면 상속 시점에 민법 제1008조 “특별수익(상속분의 선급)”이라는 또 다른 다툼이 시작됩니다.
이혼 시점에 “증여였다”는 결론을 받아내면 일단 부부 사이 다툼은 끝납니다. 그 돈을 받은 사람의 자산으로 정리되거든요. 그런데 이 결론이 곧바로 상속 시점에 새로운 다툼을 불러옵니다.
부모가 생전에 한 자녀에게만 거액의 주택구입자금이나 사업자금을 건넨 경우, 그 돈은 통상 특별수익(상속분의 선급)으로 분류됩니다. 부모 사망 후 상속재산을 분할할 때 미리 받은 몫으로 공제되거나, 다른 상속인이 유류분 침해를 주장하며 반환을 청구하는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버지가 형에게만 몰아주신 사업자금, 상속재산을 나눌 때 미리 받은 몫으로 빼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이 질문이 가장 자주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같은 돈이 이혼 시점에는 “받은 자녀의 자산”이었다가, 상속 시점에는 “다른 형제가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대상”이 되는 거죠.
특별수익의 예외 — 부양·기여에 대한 정당한 보상
—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다230083 판결이 열어둔 출구 —
대법원은 생전 증여에 부양·기여에 대한 “대가” 성격이 포함되어 있다면 특별수익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의미 있는 예외를 인정합니다.
상속인 사이의 형평을 위해 대법원이 만든 출구가 있습니다.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다230083 판결은 이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판시 요지를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 생전 증여에 상속인의 각별한 부양이나 특별한 기여에 대한 “대가” 성격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를 일률적으로 상속분의 선급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형평에 반하므로 특별수익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보호되는 대표적 사례는 이런 분들입니다.
• 장기간 부모의 병간호를 헌신적으로 도맡은 자녀
• 부모의 치료비·간병비를 전담한 자녀
• 부모와 함께 살며 일상 부양을 책임진 자녀
이런 자녀가 부모로부터 받은 돈은 단순한 공짜의 호의가 아니라 부양과 기여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부양·기여의 객관적 증거(간병 일지·의료비 영수증·요양원 비용 영수증·동거 등기 기록 등)가 충분히 모아져 있어야 합니다.
가장 확실한 예방책 — 사랑할수록 명확하게
— 가족의 평화를 지키는 단 하나의 해법 —
가족 간 금전 거래의 법률 리스크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해법은 단 하나, “명확함”입니다. 돈이 오가는 그 순간에 성격을 분명히 남겨두는 것입니다.
대여로 인정받으려면 돈이 오가는 당시에 변제기와 이자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차용증(처분문서)을 작성하고, 이체할 때에는 소액이라도 용돈이 아닌 “변제”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금융 내역이나 메시지로 객관적 정합성을 갖춰야 합니다.
증여라면 증여로서 분명히 남겨두는 편이 오히려 분쟁을 줄입니다. 증여계약서를 작성하고, 증여세 신고까지 마치면 훗날 “그건 빌려준 돈이었다”는 주장을 차단할 수 있거든요. 부양·기여에 대한 대가 성격임을 함께 기록해 두면 특별수익 예외 입증에도 결정적 자료가 됩니다.
그것이 가족의 평화를 지키는 가장 완벽한 예방책입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남이냐”며 덮어둔 헐거운 거래는, 훗날 가족 전체를 무너뜨리는 분쟁의 뇌관이 되어 돌아옵니다. 저는 그 뇌관이 터진 사건을 너무 자주 보았습니다.
진정으로 자녀의 앞날과 가족의 평화를 바란다면, 사랑할수록 거래의 성격을 투명하고 냉철하게 남겨두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예기치 못한 파국으로부터 소중한 일상을 지켜내는 가장 완벽한 예방책입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 이 칼럼을 읽으신 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다섯 가지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가사 전문변호사 · 구하라법 입법 기여
監修 윤지상 변호사
前 서울가정법원·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 13년
原文 법률신문 「이혼상속 처방전」 ①
2026.05.27 게재
編註 법무법인 존재
마지막 업데이트 2026-05-27
법무법인 존재
가사 · 상속 · 소년 · 국제가사 전문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법률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 변호사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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